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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무혐의, 구성요건의 해체와 증거의 재구성에 달려 있다

성범죄는 대개 폐쇄적인 공간에서 발생하여 직접적인 물증이 드물기에, 수사기관은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을 근거로 유죄의 심증을 굳히곤 한다. 나아가 최근 성범죄 수사와 재판 기조가 피해자의 진술을 핵심 증거로 인정하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함에 따라 성범죄 무혐의을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결백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형법상 규정된 범죄의 구성요건을 하나하나 분리하고 그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를 법리적으로 증명해내야 한다.

예를 들어 준강간 혐의가 쟁점이 되는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였는지를 다투는 것이 분수령이 된다. 우리 판례는 의식은 유지되나 기억만 소실된 '블랙아웃'과 의식 자체가 상실된 '패싱아웃' 상태를 엄격히 구분하는 기조를 유지한다. 이에 따라 사건 전후 당사자의 보행 상태, 스스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입실했는지 여부, 평소 주량과 실제 섭취량을 비교 분석한 객관적 자료를 통해 당시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한 상태가 아니었음을 소명해야 한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만이 수사기관의 의심과 논리에 결정적 균열을 만들어낸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법무과 소송계장(경정)으로 근무했던 로엘 법무법인 김현우 변호사는 “강제추행 사건의 경우 물리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더라도 성립하는 '기습추행'이나 '위력'의 부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여기서 핵심은 피해자의 사후 반응을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접촉 당시의 상황이 강제적인 '폭행'에 해당할 정도였는지, 혹은 피의자에게 성추행의 고의가 있었는지를 법률적으로 따져보는 데 있다. 신체 접촉이 일어난 전후의 맥락을 타임라인별로 재구성하여 해당 행위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가 없는 우발적 접촉이었거나, 양측의 합의 하에 이루어진 행위였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진술 내용이 CCTV 영상이나 메시지 기록 등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관계와 명백히 배치되는 지점을 찾아내야 진술의 신빙성을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적으로도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된 메시지나 사진, 현장의 CCTV 영상 등은 백 마디 말보다 강력한 무혐의의 근거가 된다. 사건 전후에 나눈 대화의 톤앤매너를 분석하여 성적 접촉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지, 혹은 최소한 거부 의사가 없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피의자에게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드러내야 한다. 법률상 범죄가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므로 이 점을 고려해 대응해야 한다.

한편,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첫 번째 진술을 쏟아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사관의 유도 심문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억울함을 해소하려는 마음에 당시의 정황을 장황하게 늘어놓다 범죄의 구성요건을 인정해버린다면 뒤늦게 진술을 번복하더라도 혐의를 벗기 어렵다. 진술의 일관성은 진술의 신빙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기 때문에 첫 조사부터 재판까지 일관된 논리를 펼쳐야 한다.

동시에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갖게 된 '불송치 결정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사건을 조기에 종결 짓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기소 이후 검찰 단계나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도 치열한 공방을 통해 무죄를 다툴 수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소모되는 막대한 시간과 정신적 고통, 사회적 평판의 실추는 고스란히 남게 된다. 과거와 달리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혐의없음으로 종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 전 수사관을 법리적으로 설득한다면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한편,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상대방을 무고죄로 고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무혐의 처분이 곧바로 상대방에 대한 무고죄 처벌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법부는 단순히 증거가 부족해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 경우를 허위 신고인 무고로 보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성범죄에 대한 의혹만 짙어질 수 있다. 무혐의 이후의 역고소는 상대방이 고의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날조했다는 명백한 근거가 있을 때만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김현우 변호사는 “성범죄무혐의는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이끌어낼 수 있는 결과가 아니라 형법상 성범죄의 구성요건이 현실에서 성립할 수 없음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반박했을 때에만 달성할 수 있다. 사건 전후의 팩트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여 수사관이 유죄를 확신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사건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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