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법 위반, ‘천문학적 이득’이 가중처벌의 덫이 되는 이유는···"
일반적인 사기나 횡령, 배임 사건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법)’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기준은 명확하다. 범죄로 얻은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일 때다.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이라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50억 원을 넘어설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 수위가 대폭 높아진다. 징역형과 더불어 이득액 이하의 벌금까지 병과될 수 있어, 특경법은 경제적·신체적 자유를 동시에 박탈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주로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거액의 공금 횡령 사건에서나 이 법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 사기, 코인 리딩방, 대규모 분양 사기처럼 일반 시민들의 피해가 집중된 사건으로 적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법이 적용되는 순간, 일반 형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형이 경직된다는 점이다. 이득액이 5억 원을 넘어가면 집행유예를 기대하기 어렵고 실형을 각오해야 한다.
최근 사법부가 경제 범죄를 엄하게 다스리면서 나타나는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여러 피해자의 피해 금액을 하나로 묶어버리는 논리다. 예전에는 피해자별로 입힌 손해를 따로 떼어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요즘은 수법이 같고 반복적이라면 이를 ‘포괄일죄’로 묶어 전체 합산 금액으로 특경법을 적용하는 추세가 강하다. 피고인에게는 매우 치명적인 대목이다. 개별적으로는 1억 원 남짓한 사건들이라도 이를 모두 합쳐 50억 원을 넘기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형량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로 발생한 대규모 분양 사고 등에서는 이것이 단순한 사업 실패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남을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를 가리는 ‘기망의 시점’이 재판의 성패를 가른다.
특경법 적용 여부를 결정하는 이득액은 단순히 피해자가 입은 실질적 손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그런데 재판부는 '범인이 실제로 주머니에 넣은 순수 이익'이 아니라 '기망을 통해 편취한 금액 그 자체'를 기준으로 삼는다. 예를 들어 범행을 위해 지출한 광고비, 사무실 운영비, 각종 수수료 등은 이득액에서 빼주지 않는다. 또한 대출이나 전세 사기에서 부동산이라는 담보가 남아 있더라도, 법원은 대출금이나 보증금 전체를 이득액으로 계산하는 경향이 강하다. 심지어 실질적인 재산 손실이 발생하기 전이라도, 재산상 손해를 볼 ‘위험’만 초래했다면 배임죄의 이득액으로 잡혀 특경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실무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이득액의 논리를 얼마나 정교하게 깨트리는지가 핵심이다. 복잡하게 얽힌 거래들 속에서 특정 시점 이후의 계약은 범죄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입증해내어 전체 금액을 5억 원이나 50억 원 밑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최근에는 '공모 관계'를 폭넓게 인정하면서 가담자 모두에게 전체 이득액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직적인 사기 범행에 가담했다면 내가 실제로 손에 쥔 돈이 적더라도 전체 피해액이 기준을 넘는 순간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사 초기부터 본인이 어디까지 가담했는지, 그리고 본인이 얻은 이득과 사건 전체의 관계를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의 죄값까지 본인의 형량으로 떠안게 되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로엘 법무법인 장영돈 대표변호사는 "특경법 사건은 숫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인과관계와의 싸움'이다. 수사 기관은 이미 벌어진 거액의 결과만을 보고, 거꾸로 피고인의 의도가 처음부터 범죄였다고 끼워 맞추려 한다. 하지만 경제 범죄의 본질은 사업적인 판단의 실패와 범죄적인 고의 사이, 그 미묘한 경계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 대표변호사는 “초기 단계에서 이득액 산정의 논리적 허점을 파고들지 못한 피고인은 결국 감당할 수 없는 형량에 짓눌리고 만다. 실무적으로는 편취액을 정확히 가려내고 범죄의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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