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대출 목적'의 카드 전달도 무죄가 될 수 없는 이유
보이스피싱과 자금 세탁 수법이 지능화되면서 사법부의 엄벌주의 기조는 정점에 달해 있다. 과거에는 단순 가담자로 분류되어 기소유예나 벌금형에 그치던 사안들이 이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을 넘어 사기 방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까지 경합하며 실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대출 승인을 위한 실적 쌓기용으로 카드를 보냈다"는 주장은 실무상 가장 흔한 항변이지만 법정에서는 가장 무력하게 무너지는 논리다.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은 접근매체의 양도와 양수를 엄격히 금지하며, 이를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은 '대가성'에 대한 법원의 광범위한 해석이다. 법원은 단순히 현금을 주고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대출 실행', '신용 등급 상향', '취업 기회 제공' 등 향후 얻게 될 유·무형의 이익을 모두 대가로 간주한다. 즉, 유형적 이익을 넘어선 무형의 기대마저 범죄의 근거가 된다.
또한 퀵서비스나 지하철 물품 보관함을 이용한 전달 방식은 그 자체로 '비정상적 거래'임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된다. 일부 피의자는 "잠시 맡긴 것(위탁)"이라고 주장하나, 판례는 계좌의 지배 권한을 사실상 넘겨준 행위 자체를 '양도'로 판시하며 피고인의 주관적 의사보다 객관적 결과에 집중한다. 결국 "대출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사정은 참작 사유일 뿐, 구성요건 해당성을 조각하는 무죄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많은 피의자가 “본인이 전달한 접근매체가 범죄에 이용될 줄 전혀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나 최근 판결문은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을 좁히고 있다. 금융기관이 고객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직접 요구하여 실적을 올리는 방식은 현행 금융 시스템상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은 사회적 상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성인이라면 이러한 요구가 범죄와 연루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다.
마찬가지로 성명불상의 인물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등 익명 메신저로만 지시를 내린 점, 고수익이나 파격적인 대출 조건을 제시한 점 등은 범죄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실제로 대법원 사법연감 및 형사 공판 통계를 살펴보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의 유죄 선고율은 매우 높다. 이는 수사 기관이 피고인의 내심(內心)을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된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통신 기록이라는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논리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접근 매체를 양도하거나 대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과거에는 초범의 경우 벌금형이나 집행유예가 일반적이었으나, 최근에는 피해 금액이 크거나 보이스피싱에 직접 이용된 경우 초범임에도 불구하고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게다가 범죄 이용 계좌로 명의가 등록되면 전 금융권의 비대면 거래가 제한된다. 신규 계좌 개설은 물론이고 기존 계좌의 인터넷 뱅킹이나 ATM 이용조차 불가능해진다. 현대 사회에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조치다. 가장 가혹한 제재는 신용정보원 상에 '금융질서문란자'로 등재되는 것이다. 한 번 등록되면 최대 7년간 기록이 보존되며 이 기간 동안 모든 대출 실행이 거절되고 신용카드 발급 및 사용이 정지된다. 7년이 지난 후에도 해당 기록은 5년간 더 참조되어 총 12년 동안 금융 거래에 제약이 따른다.
가장 위험한 상황은 본인의 계좌가 실제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송금되는 통로로 사용되었을 때다. 이 경우 수사 기관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외에 사기 방조 혐의를 추가한다. 사기 방조가 인정될 경우, 피해자들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되어 경제적 파산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초기 대응을 할 때에는 단순히 카드를 보낸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망의 구체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하며 보낸 가짜 사원증, 정교하게 제작된 대출 신청서 링크 등 일반인으로서 도저히 허위임을 알기 어려웠던 정황을 법리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로엘 법무법인 장영돈 대표변호사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은 경찰의 첫 조사 임석 여부가 재판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한다. 수사 기관의 논리 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라며 “단순히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수사 기관의 정교한 논리를 깨뜨릴 수 없다. 당시 피고인이 처했던 구체적인 기망 상황, 금융기관을 사칭한 조직적 수법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객관적 정황을 법의 언어로 재구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사건 발생 직후 즉시 계좌를 지급 정지하고 수사 기관에 자진 신고하는 등의 사후 조치가 범죄의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강력한 간접 증거가 된다. 메신저 대화 내용, 대출 상담 이력 등을 법리적으로 분석하여 '기망 당한 피해자'로서의 지위를 명확히 확립하는 것이 실형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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