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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핏줄’이라는 불가침의 권리에서 ‘기여와 책임’의 영역으로"

대한민국 상속법의 근간을 지탱해 온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 자유를 구속하던 강력한 빗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기여와 윤리적 책임을 묻는 새로운 사법적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2026년 3월 17일부터 전격 시행된 개정 민법은 상속을 단순히 혈연에 기초한 자동적인 부의 이전으로 간주하던 고착화된 관념을 해체하고 급변하는 가족 구조와 현대적 가치관을 법리에 전격 반영하였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오랫동안 상속 분쟁의 중심에서 피상속인의 유언보다 우선시되었던 유류분 권리는 이제 '핏줄'이라는 불가침의 성역에서 내려와 생전의 관계와 부양의 성실도를 정산받는 실무적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과거의 유류분 제도는 농경 사회의 대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남겨진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명분 하에 피상속인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특히 핵가족화를 넘어 1인 가구와 비혼 가구가 보편화된 오늘날, 평소 교류가 전혀 없던 형제자매가 상속 재산의 일정 지분을 요구하는 상황은 국민적 법 감정과 동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되었다. 이에 사법부는 형제자매의 유류분 청구권을 전격 폐지함으로써 가족 간의 경제적 유대보다 개인의 재산권을 중시하는 현대적 법질서를 재정립하였고, 이제 유류분 권리자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상속 분쟁의 범위를 실질적인 부양 공동체 내부로 압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개정 민법은 권리만을 주장하며 의무를 저버린 이른바 '패륜 상속인'에 대한 엄중한 심판 기제를 마련했다. 피상속인에 대한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이나 범죄 행위, 혹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부당한 대우를 한 상속인에 대해 피상속인은 공정증서 유언을 통해 상속권 상실 의사를 표시할 수 있게 되었다.

설령 유언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공동상속인이 직접 가정법원에 해당 상속인의 자격 박탈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자녀를 유기한 부모나 노부모를 방치한 자녀가 상속 재산을 탐하는 모순적 상황에 대한 사법적 응징이 가능해졌다. 결국 권리와 책임이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는 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한 셈이자 상속권이 단순히 혈연이라는 생물학적 조건만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명시한 것이다.

또한 실무상 가장 치열한 쟁점이 되는 기여분과 유류분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한 점도 법리적 완성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가 되었다. 이전까지는 피상속인을 수년간 간병하거나 재산 증식에 기여한 헌신적인 상속인이라 할지라도, 유류분 반환 소송이 제기되면 자신의 기여도를 독립적으로 인정받기가 매우 까다로워 '착한 상속인'이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개정 민법은 부양이나 간병 등의 헌신에 대한 보상으로 이루어진 증여를 특별수익 및 유류분 반환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별도의 번거로운 청구 없이도 유류분 재판 내에서 기여의 실질을 다툴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자산의 형태가 다양해진 현대 경제 구조를 반영하여 가액 반환 원칙을 확립한 것 역시 분쟁의 효율적 종결을 돕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한다. 과거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원물을 지분 형태로 반환해야 했던 원칙은 상속인들 간의 원치 않는 공유 관계를 형성하여 관리와 처분을 둘러싼 2차 소송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었다.

이제는 가액 반환이 원칙으로 정립됨에 따라 상속 재산을 점유한 자가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현금으로 정산하는 방식이 표준화되었고, 이는 상속인 개개인의 경제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법적 권리관계를 신속히 확정 짓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자산 가치 변동이 심한 시장 환경에서 상속인들 간의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데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실제 유류분 소송에서는 상속받은 재산이 단순한 무상 증여가 아니라 피상속인을 향한 장기간의 헌신과 특별한 기여에 따른 정당한 대가임을 얼마나 정교하고 논리적으로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다. 유류분은 더 이상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장되는 무조건적인 배당금이 아니며 사법부는 이제 부양의 실질과 피상속인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판결을 내리고 있다.

로엘 법무법인의 이태호 대표변호사는 “과거에는 피를 나눴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떼어줘야 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내가 받은 재산이 공짜 선물이 아니라 내 노력과 헌신에 대한 '정당한 대가'였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입증해야 내 몫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라고 단언한다.

이어 “개정된 유류분 제도는 우리 사회에 '책임 없는 권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엄중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으며, 이는 상속 설계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에게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요구한다. 상속 설계 단계에서부터 개정법의 취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간병 기록, 부양비 송금 내역, 피상속인의 생전 유지가 담긴 증거 등을 체계적으로 확보하는 전략적 대응이 선행되어야만 고인의 고귀한 뜻을 온전히 보존하고 남겨진 가족 간의 파멸적인 송사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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