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업종제한 약정, 누구까지 묶이나
COLUMN · 부동산
작성 2026. 9. 10. | 로엘법무법인 박지윤 변호사
상가를 분양받을 때 계약서 여백에 "○○호는 약국 지정호수입니다" 같은 문구가 적혀 있곤 합니다. 내 점포 이야기가 아니니 넘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한 줄이 내 점포에서 그 업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이 2026년 9월 10일 「우리법원 주요판결」로 공개한 판결이 그 지점을 다뤘습니다.
Q. 분양계약서의 업종제한 특약을 다른 점포 소유자도 지켜야 합니까? 의정부지방법원 2026. 4. 15. 선고 2025가합50121 판결은 상가 분양자가 특정 점포에서만 약국을 독점 운영하도록 하는 업종제한 약정을 했고, 다른 점포의 수분양자도 그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했다고 보아 영업금지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70047 판결도 점포별로 업종을 정해 분양한 경우 수분양자·양수인·임차인이 상호 묵시적으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판시합니다. 다만 위 의정부지법 판결은 제1심이고, 게시물에 확정 여부는 나타나 있지 않습니다. |
의정부지법이 판단한 사안
게시된 판결문(비실명 처리본)에 따르면, 원고는 2017년 상가의 한 점포를 분양받은 소유자와 그 점포에서 약국을 운영해 온 임차인입니다. 피고는 같은 상가의 다른 점포를 같은 해에 분양받은 소유자로, 자기 점포를 임대해 약국을 개업하게 하려 했습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의 뼈대는 서면입니다. 원고 측 분양계약서에는 해당 호수가 약국 지정호수라는 취지가 자필로 적히고 그 옆에 분양자의 법인 인감이 날인되어 있었고, 피고의 분양계약서와 상가 다수 점포의 분양계약서에도 같은 취지의 특약과 날인이 있었습니다.
서면은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 당시 일부 호실만 약국 지정 점포이고 그 밖의 점포에서는 약국 입점이 불가하다는 데 동의한다는 취지의 확인서를 작성해 교부했고, 피고도 같은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날인했습니다. 분양 이후 약 9년 동안 지정 점포 외에서 약국이 운영되지 않은 사실도 함께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종합해 업종제한 약정이 있었고 피고가 그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했다고 보아, 피고가 자기 점포에서 약국 영업을 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하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습니다.
근거가 되는 대법원 법리는 두 갈래입니다
첫째는 업종제한 조항의 의미입니다.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45496 판결은 업종변경 제한의 범위는 사적 자치에 따라 당사자가 정할 수 있으나,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특정 영업을 정하여 분양하는 것에는 그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도록 보장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둘째는 그 의무가 누구에게 미치는지입니다.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과 2023. 12. 14. 선고 2023다270047 판결은 점포별로 업종을 정해 분양한 경우 수분양자, 그 지위를 양수한 자, 점포를 임차한 자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호 묵시적으로 업종제한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한 것으로 보아, 위반 시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에게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 쟁점 | 근거 | 내용 |
|---|---|---|
| 약정의 의미 | 2003다45496 | 업종을 정한 분양에는 독점 운영 보장의 의미가 내포 |
| 의무의 범위 | 2011다79258 2023다270047 | 수분양자·양수인·임차인이 상호 묵시적으로 수인 동의 |
| 업종의 범위 | 2023다270047 | 사전적 의미·영업내용·산업분류에 상권 사정을 더해 판단 |
업종을 정해 두지 않았을 때가 더 어렵습니다
약국처럼 경계가 뚜렷한 업종은 다툼이 적습니다. 문제는 업종의 의미와 영업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2023다270047 판결은 이때 업종의 사전적 의미,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영업내용, 한국표준산업분류표의 분류기준을 종합하되, 상가가 위치한 도시와 단지의 규모, 상권형성 정도, 인근 동종업종의 상황까지 고려해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기준은 지정된 업종의 점포 입점자가 거래관념상 통상적으로 수인하여야 할 정도를 넘는 약정 위반인지입니다. 같은 판결은 편의점 옆에서 할인점이 운영된 사안에서, 두 점포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다면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었을 것임이 경험칙상 추정된다고 보아 영업금지 청구를 배척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약정이 무효라는 주장은 어디까지 통하나
이번 사안에서 피고는 업종제한 약정이 분양대행사 직원의 배임행위로 이루어져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이거나 무권대리로서 효력이 없다고 다투었습니다. 제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정합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각 분양계약서에 분양자 법인의 인감이 날인되어 있었던 점, 사용승인 이후 매매계약서에는 같은 내용이 자필이 아니라 부동문자로 인쇄되어 있었던 점, 분양대행사 직원의 사실확인서 내용, 피고가 고발한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결정을 한 점 등을 근거로, 배임이나 무권대리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리하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분양계약서의 업종제한 특약은 그 점포만의 약속이 아니라 상가 전체 입점자 사이의 약속으로 읽힙니다. 둘째, 위반하면 손해배상이 아니라 영업금지 자체를 청구당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계약서·확인서·관리규약이 그대로 증거가 되므로 분양 단계의 서면을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가 업종제한 문제로 다툼이 생겼습니까? 분양계약서와 특약 문구, 확인서, 관리규약을 함께 준비해 두시면 검토가 빠릅니다. |
참고자료
· 의정부지방법원 2026. 4. 15. 선고 2025가합50121 판결(비실명 처리본) — 의정부지방법원 「우리법원 주요판결」 2026. 9. 10. 게시
· 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3다45496 판결 /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 / 2023. 12. 14. 선고 2023다270047 판결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03조·제105조 [법률 제21454호, 시행 2026. 3. 17.],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3조·제28조·제29조·제42조 [법률 제19282호, 시행 2023. 9. 29.] — 국가법령정보센터
· 관련: 가맹점의 영업지역은 어디까지인가 / 권리금 회수 방해,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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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윤 로엘법무법인 변호사 의정부 근무 / 형사·군형사 사건 담당 변호사 프로필 보기 |
| 본 칼럼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인용한 의정부지방법원 2025가합50121 판결은 제1심이고 게시물에 항소·확정 여부가 나타나 있지 않아, 결론을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 게시물이 비실명 처리본이므로 당사자·상호·점포 호수는 특정하지 않았고, 판결문에 나오는 분양대금 금액도 식별 가능성을 고려해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영업금지 판결의 집행 방법과 손해배상 청구의 요건·액수는 이 글의 범위가 아닙니다. 개별 사건은 계약서 문언과 상권 사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책임변호사: 이태호 | © LAWL LAW FIR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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